뷰티 템플릿 없이 사는 7일

나는 매일 아침 습관처럼 화장대를 열고, 똑같은 순서로 화장품을 바릅니다. 스킨, 세럼, 크림, 아이크림, 선크림, 프라이머, 파운데이션…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고 있었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루틴이 정말 내게 필요한 걸까?”

그래서 나는 7일 동안 뷰티템 없이 살아보기를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아무것도 사지 않으며, 오로지 내 피부와 생활을 관찰하는 시간. 이 도전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1일 차 – 공허함보다 가벼움이 먼저 왔다

아침 세수를 마치고 거울을 봤습니다. 바를 화장품이 없다는 게 처음엔 이상했습니다. '무언가 빠졌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공허함 대신 가벼움이 찾아왔습니다. 피부에 아무것도 얹지 않으니 오히려 산뜻했고, 화장하는 시간도 절약됐습니다.

하루 종일 피부가 답답하지 않았고, 오후가 되어도 번들거림이 덜했습니다. 첫날부터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감정을 느끼게 됐습니다.

화장품 없이 지내니 피부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졌습니다. 전에는 로션이나 크림이 모든 감각을 덮어줬다면, 이제는 건조해지는 시간, 햇빛에 닿는 느낌, 세안 후의 당김 등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피부는 점점 자기 방어 능력을 키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분기나 각질 균형도 스스로 맞춰지는 듯했고, 오히려 예민했던 부분이 진정되기 시작했습니다.

3일째부터는 뷰티템 없이 지내는 것이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거 안 바르면 안 될 것 같아' 했던 제품들이 사실상 없어도 일상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스킨케어의 과잉이 내 피부에 필요 이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단지 '해야 하니까' 바르고 쓰던 것들이 많았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음이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하니 주변의 시선이 살짝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는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화장을 안 해서 부끄럽다'는 감정보다 '지금 이 상태도 나답다'는 자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외모를 벗어나는 경험이 아니라, 소비와 자기 가치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광고나 뷰티 콘텐츠를 이제는 한 발짝 떨어진 시선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제품 없으면 안 돼”라는 메시지가 이젠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없어도 잘 살고 있다'는 감정이 들어 스스로가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예쁜 화장품을 보면 여전히 끌리긴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진짜 필요해서가 아니라, 익숙한 자극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은 지 6일째. 놀랍게도 피부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예민하게 올라오던 트러블이 줄었고, 피부결이 매끈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피부의 ‘휴식’이 진정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던 느낌이었습니다.

마음 역시 덜 복잡해졌습니다. 아침 준비 시간이 줄고, 고민도 줄었으며, 오히려 더 많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뷰티템이 빠진 일상이 오히려 더 나를 살피게 했습니다.

마지막 날, 나는 거울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그동안 화장품을 바르며 나를 꾸미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7일간의 실험은 단지 뷰티템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선택하고 싶은지를 되짚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기준으로 사는지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7일간 뷰티템 없이 살아보며, 꼭 필요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과도한 루틴 없이도 피부는 스스로 회복하려 했고, 내 마음 역시 단순해졌습니다.

이제는 매일의 소비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살피는 선택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도 한 번쯤 뷰티템을 멈추고,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합니다.